삶이 다양해졌다. 좋은 제품이라는 사실만으로는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기 힘들다. 진정으로 고객을 감동시키기 위해서는 단순히 가격이나 품질관점에 국한된 근본적인 고객에 대한 시각을 바꾸지 않고는 어렵다. 최근 건축자재 시장이 B2B에서 B2C로 전환되는 시점에 창호관련 중소업체들에서 브랜딩 디자인에 대한 관심이 높게 나타나고 있다. 이에 월간 창호기술에서는 중소업체의 새로운 ‘브랜딩 디자인’ 및 ‘통합 브랜드’ 작업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자료를 제공하기 위해 ‘브랜딩 디자인’ 성공사례를 살펴보고 전문가 인터뷰를 통해 건축자재에 있어 효율적인 브랜딩 작업에 대해서 취재해 봤다.
기자는 현재 전문지 기자 생활을 하면서 아주 만족도 높은 생활(?)을 하고 있지만 한때 꿈은 마케팅의 달인이 되는 게 꿈이었다. 대학시절에는 데이빗오길비의 ‘마케팅 불변의 법칙’ 같은 마케팅 서적을 기본으로 섭렵했으며 대형기획사의 광고 응모전에 참가하기 위해 스토리 보드를 직접 짜보기도 했고 프로야구 LG트윈스의 홈경기 관중을 늘리기 위한 홍보 프로모션에 참가하기도 했다. 결과는 썩 좋지 못했다.
이처럼 홍보와 마케팅에 관심이 높은 기자가 최근 관심 있게 보는 게 창호 및 건축자재 업체들의 브랜딩 디자인 전략이다. 현재 건축자재 시장이 B2B에서 B2C시장으로 전환되면서 브랜드 문제로 고민하는 건자재관련 중소업체 사장님들의 고민을 많이 들어봤기 때문이다. 시장을 선도하는 대형 업체의 경우 홍보와 마케팅만을 전문으로 하는 부서가 따로 있어 전문적인 관리와 대응이 가능하지만 중소업체에서는 쉽게 대응할 수 없는 문제이다. 물론 중소업체에서도 고비용을 지불하고 외부 컨설팅 업체에 의뢰하면 훌륭한 통합 브랜드를 제시해줄 것이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불경기에 브랜딩 디자인 작업을 새롭게 하면서 고비용을 지출할 만한 중소업체는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업계 중소기업 사장님들의 고민을 조금이나마 들어줄 수 있을까? 하는 사명감으로 갖고 있는 지식 전부와 전문가 미팅을 통해 조금이나마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을 사례중심으로 살펴봤다.
B2B에서 B2C로 전환, 브랜딩 디자인의 중요성 커져
우선 시장 변화흐름을 정확히 캐치해야한다. 현재 건축시장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관련 업체들의 영업방식도 기업간 거래에서 소비자와의 직접거래가 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입장에서 가장 필요한건 무엇일까? 우선 자사의 제품의 브랜드 알리기부터 충실하면서 소비자의 거리를 최대한 줄여야 한다. 그렇다고 B2B기업의 브랜딩 전략이 중요하지 않다는 말은 아니다.
간혹 취재를 다니다보면 마케팅과 관련 이런 말을 쉽게 하시는 중소업체 사장님들을 볼 수 있다 “우린 OEM생산이 주력인데 무슨 브랜드가 필요하냐” 큰 일 나실 말씀이다. B2B 기업에 있어서도 브랜드 파워는 중요하다. 실제 관련 보고서에 의하면 브랜드 파워를 갖고 있는 B2B기업이 브랜드 파워가 약한 기업에 비해 20%이상의 높은 수익률을 보이고 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Intel, IBM, 듀퐁 같은 글로벌기업들도 B2B 기업이다. 그리고 현재 건축자재시장이 아무리 B2C로 전환됐다고 해도 현실적으로 건축자재 업체들은 B2B기업에 가깝다고 고 볼 수 있다. 결론적으로는 B2C나 B2B 기업 모두 브랜드가 중요하다는 얘기이다.
그렇다면 브랜드에 대한 영역은 과연 어디까지 일까? 사장님들이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브랜드는 무형적 개념으로 이를 단순화하고 이해하기 쉽게 만들기 위해 지원하는 유형적 마케팅 활동 요소들 즉, 광고나 로고, 슬로건 등과 동일시되곤 한다. 그러나 브랜드는 하나의 제품이나 서비스 또는 비즈니스에 대해 보고 듣고 읽고 알고 느끼고 생각하는 모든 인지의 총체다. 브랜드는 이름이나 로고 등 그자체가 아니라 기업이 소비자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연상되는 이미지나 품질 등을 모두 포함하고 있는 개념으로 보면 된다.
시장 변화를 정확하게 읽고 성공적인 통합 브랜딩 작업을 통해 시장을 선도하는 업체는 대표적으로 LG하우시스를 들 수 있다. LG하우시스는 지난 2006년부터 통합 브랜드 ‘Z:IN'을 사용하고 있다. 2006년 당시 LG화학에서 생산하는 건축자재의 브랜드 수는 총 120여개. 제품이 나올 때 마다 새로운 브랜드를 달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소비자들은 LG화학이 생산하는 제품으로만 기억할 뿐 각각의 브랜드는 기억 못하는 경우가 많아 브랜드가치를 중시하는 소비성향을 못 쫓았다.
브랜드 난립, 수시로 바뀌는 브랜드 네이밍으로 인한 소비자 혼란, 투입비용 대비 마케팅 효율 미약 등의 브랜드 전략의 총체적 문제점이 있었다는 얘기이다. 이 같은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당시 LG화학은 업계 최초로 통합 브랜드 'Z:IN(지인)'을 도입했다. 고급, 친환경, 건강 등 프리미엄 이미지를 떠올릴 수 있도록 차별적 가치 제공에 최선의 노력을 경주하겠다는 의미도 내포하고 있었다.
결과는 큰 성공으로 이어지고 있다. 통합 브랜드를 선보인 후 현재 일반소비자들은 건축자재 하면 창호와 바닥재를 떠나 우선 Z:IN을 먼저 떠올리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한화L&C에서도 통합 브랜드를 도입했다. 한화L&C는 지난 7월1일부터 한화 L&C에서 생산하는 건축자재에 ‘Lizae(리재)'라는 통합 브랜드를 사용하고 있다.
성숙기를 지나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 건자재 시장 속에서 한화L&C는 소비자 중심의 B2C 시장과 글로벌 건자재 시장의 성장성에 주목하면서 소비자 인식 경쟁에서 차별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통합브랜드 Lizae 중심의 브랜드 전략을 수립하였다.
대형업체 뿐만 아니라 브랜딩 작업 개선으로 효과를 보고 있는 중소업체도 있다. 실내도어 시장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주)씨쓰리가 대표적이다. (주)씨쓰리는 ‘문풍지도어’란 통합 브랜드를 활용하면서 도어시장에서 인지도를 높여가고 있다. 실제 (주)씨쓰리 김명호 대표는 “‘문풍지’브랜드를 적극 활용하면서 이미지 변신부터 튼튼히 내실을 다졌다고 생각한다. 고객과 회사원들이 가질 수 있는 브랜드에 대한 자부심으로 브랜드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졌다. 고객이 알아주는 브랜드가 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그 어려움을 이겨내고 보니 자신감도 생기고 더 많은 이익이 제공된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전한다.
브랜드?회사명이 고유명사로 활용되는 사례
브랜딩 전략의 성공으로 건축자재 브랜드명이나 회사명 그 자체가 고유명사처럼 쓰이는 경우도 종종 볼 수 있다. PVC 창호의 대명사처럼 사용되고 있는 LG하우시스의 ‘하이샤시’가 대표적이라 할 수 있다. ‘하이샤시’는 1976년대 파이프에 쓰이던 폴리염화비닐(PVC)를 당시 럭키에서 창호재로 개발, ‘하이샤시’라는 획기적 신제품을 내놓았다. 오일 쇼크로 온 나라가 ‘창문에 비닐 대기’ 캠페인에 몰두하는 데서 착안한 아이디어였다. PVC 창호재는 목재창호보다 방풍, 단열 효과가 탁월하면서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다.
이처럼 ‘하이샤시’란 브랜드는 제품의 성능에 초점을 둔 제품명이 시장 상황과 절묘하게 맞아 떨어지면서 대박을 터트린 경우라 할 수 있다. ‘하이샤시’란 말은 약 4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건축현장 뿐만 아니라 일반소비자들 사이에서 PVC창호의 고유명사로 사용되고 있다. 얼마나 큰 성공을 거뒀는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하이샤시’는 유명세로 인해 ‘하이샷시’,‘하이섀시’ 등 유사브랜드가 범람하기도 했었다.
참고로 샤시(Sash)란 말은 어디에서 나온 말일까? 영어로는 Window란 단어가 있는데 궁금해진다. 표준어로 새시로 표기되는 샤시는 엄밀히 말하면 창문을 만들거나 달기위한 틀을 이루는 자재를 말한다. 틀을 뜻하는 프랑스어 ch?ssis가 영어(chassis)로 들어와 차대 등의 각종 틀을 뜻하게 되었다. 현재 우리말에서는 주로 창틀이나 문틀을 뜻하게 된 것이다.
‘Azon(아존)’이란 단열재도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단열재는 소재에 따라 폴리우레탄과 풀리아미드로 나뉘는데 폴리우레탄 소재의 단열재는 아존이란 명칭으로 건설현장에서 고유명사처럼 쓰이고 있다. 심지어 폴리아미드건 폴리우레탄이건 그냥 알루미늄 바에 단열처리 했다는 말은 현장에서 ‘아존처리했다’라는 말로 통용될 정도이다. 아존과 같은 경우는 관련업체가 선도적인 위치로 시장을 먼저 섭렵하면서 시장에서 인지도를 높였기 때문에 ‘아존’이란 회사명이 단열바의 고유명사로 쓰이고 있는 사례라 할 수 있다.
고유명사는 아니지만 건축자재 업체에서 ‘예다지’의 높은 브랜드 가치도 주목할 만하다. ‘예다지’는 기존 LG하우시스의 도어 브랜드명이었는데 2010년 당시 금강하이테크 회사에서 ‘예다지’ 브랜드를 인계하면서 회사명까지 (주)예다지로 바꾼사례이다. 이 같은 경우는 기존 도어시장에 예다지의 높은 브랜드 파워를 그대로 활용한 대표적 사례라 할 수 있다.
(주)예다지가 ‘예다지’ 브랜드를 그대로 가져오고 회사명을 변경한 것은 제품과 품질의 고객서비스 강화는 물론 당시 특판 시장에 주력했던 영업활동을 대리점 중심의 시판 시장으로 확대하면서 도어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시키기 위함이었다. 높은 브랜드파워 때문인지 현재 (주)예다지는 도어 시장에서 지속적인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가치 있는 브랜드 개발이란?
그렇다면 기억에 남는 브랜드 이름, 기억할 수밖에 없는 새로운 이미지 창조를 위해서는 어떤 방법이 필요할까? 브랜딩 디자인 전문회사 이디어그램 대표는 이렇게 말한다. “고객은 머리보다는 가슴으로 브랜드를 선택한다”며 “각 회사 브랜드만의 특화된 순수 가치가 다른 브랜드에 희석되지 않고 고객의 공감을 얻으려면 고객의 감성에 일치되면서 차별성이 있어야 한다”고 전한다.
어려운 말이다. 핵심은 고객과 사업에 대한 다른 시각이다. 고객이 ‘무엇’을 사는지가 아니라 고객이 ‘왜’사는지를 파악해야 한다. 시장 변화에 따라 사의 새로운 혁신과 변화를 위해서는 근본적인 업의 본질에 대한 관점을 바꿔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새로운 시각에서 새로운 니즈 파악과 고객중심의 브랜드 컨셉개발, 고객 라이프스타일 스토리 체계구축 등이 필요하다.
(다음달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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