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여름이면 찾아오는 불청객 태풍. 최근 지구온난화와 기상이변으로 언제든 태풍의 영향권 아래 놓일 수 있어 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특
히 우리나라에 110년 동안 영향을 준 태풍 중 가장 강한 다섯 녀석들이 최근 10년에 몰려있어 걱정이 앞서기도 한다.
태풍하면 생각나는 이름이 있다. 바로 ‘매미’. 2003년에 발생한 태풍 ‘매미’는 우리나라 창호와 유리 시장에 큰 변화를 주기도 했다. 오죽하면 한글라스의 안전한 유리 면적을 계산해주는 온라인 프로그램 이름이 ‘매미’일까? 실제 태풍 ‘매미’ 발생 이후 국내 창호업체들은 고층 아파트 창호 시장에 주목, 강한 풍하중에도 견딜 수 있도록 내풍압 성능에 대한 연구개발을 통해 해안가 및 바람이 많이 부는 고층 아파트에 적합한 창호 제품을 개발했고 판유리 시장에도 안전유리 적용이 늘어났다.
2003년 9월, 태풍 ‘매미’에 대한 기억!
2003년 9월 19일. 기자가 대학 졸업을 앞두고 취업활동에 열심히 준비했던 시기로 기억한다. 당시 태풍 매미는 한반도에 상륙해서 제주도를 시작으로 경상도 북쪽을 쓸고 지나갔다. 특히나 경상도 지역 오른쪽을 집중강타하며 큰 피해를 일으키고 갔다.
태풍이 온다고 하면 오른쪽으로 꺾여서 일본으로 가는 게 보통이지만 이 태풍은 괌에서 발생해 열대성 저기압을 바탕으로 이틀후에 대형 태풍 매미로 변신했다. 당시 대다수의 국민들은 이번에도 일본지역으로 방향을 틀어 그냥 지나가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점점 더 강해지고 있는 매미는 진로를 바꾸기 시작했고 6시간만에 우리나라 울진앞바다를 통과, 피해는 상상이상이었다. 당시 보도를 검색해보니 태풍 매미로 인한 피해는 사망 실종 132명, 이재민 6만명, 재산피해 4조7천억 수도권을 제외한 많은 곳이 특별재해지역으로 선포되기도 했다.
그렇다면 역대 우리나라에 큰 피해를 준 또 다른 태풍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한번 찾아봤다.
1959년 ‘사라’ 나의 어머님이 6살이던 해에 발생했던 태풍이다. 사라는 9월인 추석에 찾아왔다고 하는데 당시 사망과 실종만 849명이고 이재민이 무려 40만명이나 나왔다고 한다. 제주도가 특히 심했는데 초속 39.2미터로 부는 바람에 돌들이 막 날라 다녔다고 한다.
다음으로는 2002년 월드컵의 감동이 끝날 무렵 찾아온 태풍 ‘루사’이다. 태풍 루사는 역대 강수량 1위를 차지할 정도로 많은 비를 뿌렸는데 강릉에는 870mm가 왔다고 하니 그야말로 실감이 안 나는 강우량이다. 사망과 실종자만 250명이나 되고 이재민이 2만명이 넘게 나왔다고 한다.
2007년에는 ‘나리’라는 이름의 태풍이 찾아왔다. 홍수가 없다는 제주도에서는 시간당 100mm가 넘는 폭우가 내려 하천이 모두 범람하면서 엄청난 피해를 가지고 왔다.
2010년 ‘곤파스’라는 이름의 태풍은 강풍으로 인한 피해가 컸다. 재산피해만 1670여억원이나 났으며 가로수와 나무가 다 쓰러지는 등 엄청난 피해를 가지고 왔으며 아직도 인천 문학 경기장의 지붕을 덮고 있던 천막 일부가 찢겨져 나간 기억이 생생하다.
‘사라’ 태풍 이외에는 창호기술 구독자 모두가 기억할만한 태풍이다. 그만큼 최근 10년 사이에 강력한 태풍이 자주 발생했다는 것을 증명한다.
태풍 ‘매미’가 가져온 창호 시장의 변화
각설하고 본론으로 들어가 2003년 태풍 매미로 인한 국내 창호 시장의 변화를 살펴봤다. 건축자재 시장에서 2003년 태풍 매미를 계기로 아파트 내풍압 성능이 우수한 발코니 창에 많은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해안가 적용 창호를 비롯 강화유리와 접합유리 적용이 지금보다 덜 했던 당시 태풍으로 인한 창호의 피해가 상상외로 컸기 때문이다. 실제 태풍 매미 이전만 해도 건축주를 비롯 소비자들은 창호를 선택할 때 단열, 방음, 기밀성만을 고려하면서 내풍압성능을 등한 시 했던게 사실이다.
번외로 아이러니하지만 경상도 지역에 위치한 창호 및 유리업계 관계자들은 태풍 매미 발생이후 엄청나게 바쁜 시기를 보내며 회사 경영에 큰 도움을 받았다는 게 정설이다.
이처럼 태풍 매미 이후부터 고풍압에 견딜 수 있는 창호 제품 출시가 러시를 이뤘다. 태풍 매미 이후 내풍압에 대한 국내 건축법 기준이 강화됐고, 이에 발맞춰 건자재업계는 관련 제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한 것이다. 참고로 현재 건축법상 유리창은 최대풍속 40ｍ/sec 이하에 견디도록 설계돼 있다. (2003년 ‘매미’, 2009년 ‘곤파스’, 2012년 ‘볼라벤’ 태풍의 최대풍속은 모두 초속 40ｍ를 넘는 태풍이었다. 건축법상 상향기준도 필요할 듯)
당시 출시됐던 제품으로는 대표적으로 한화종합화학(현 한화L&C)의 SKY 창호 제품이다.
발코니 창 'SKYⅠㆍⅡ' 제품은 초고층 아파트 발코니 시장을 타깃으로 강한 바람에도 끄떡없어 인기를 모았다.
LG화학(현 LG하우시스)에서도 LG HAUT Best 발코니창을 업그레이드한 LG HAUT New Best와 고층 전용 고강도 창호 LG하우트 파워윈을 선보였었다.
이들 제품들은 대부부분 내풍압 설계구조를 통해 태풍에 창문이 이탈되는 것을 방지해주는 이탈방지장치와 4중 실링 구조를 적용해 내풍압 성능을 향상시켰다.
중소업체에서도 태풍 매미 이후 해안가용 PVC전용창 제품을 앞다퉈 출시했었다. 해안가 전용 창호제품의 특징은 다중 창틀 구조로 구성돼 외부 창턱보다 내부 창턱이 높아 빗물을 근본적으로 차단시키면서 창문과 가스켓이 밀착되어 빗물이 밑으로 빠져나가는 기술들이 적용됐다.
실란트와 같은 글레이징 분야에서도 태풍 매미 이후 많은 변화가 있었다. KCC를 비롯 다우코닝에서는 태풍에 의한 충격을 완화시키는 실리콘 글레이징 실란트 제품을 선보였었다. 이 부자재들은 강한 내구성과 유연성을 바탕으로 유리나 필름의 가장자리를 창틀 프레임에 효과적으로 고정시켜 주는 역할을 한다.
강력한 태풍은 PVC창호 보강재 시장에도 영향을 줬다. PVC창호가 태풍에 견디기 위해서는 보강재의 역할이 중요했기 때문이다. 태풍 매미 이전의 보강재는 PVC 창호에 적용되는 하찮은 부자재 정도로 인식됐지만 태풍 매미이후 창호 보강재의 역할이 중요해지면서 주상복합 등 초고층 건축물의 증가로 보강재의 중요성이 강조됐다.
태풍 매미 이후 일반적으로 해안가 지역을 제외한 15층 이하에 적용되는 창호의 보강재 두께는 1.5T 정도 수준이며 16층 이상부터 25층 높이의 경우 2.0T 수준의 보강재가 적용된다. 해안가 지역 및 일반 주상복합과 같은 25층 이상의 건물에는 4T~6T 수준의 보강재가 건설사 스펙에 적용되고 있다.
이처람 태풍 매미 이후의 내풍압성능을 강화한 창호제품들은 최근 몇 년사이 불어닥치 태풍 ‘곤파스’와 ‘볼라벤’의 영향으로 더욱 관심 받고 있다. 이에 따라 창호 업체에서는 내풍압성능을 강화한 제품들을 지속 업그레이드하며 이 시장에 대한 대응력을 계속 키워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의 내풍압성능을 강화한 창호 제품들을 살펴보면 KCC는 ‘해안용 발코니 이중창 235’과 '70고풍앞용 시스템 창호', '슈퍼윈 창호', '내부돌출 시스템 창호' 등 다양한 고풍압용 창호를 보유하고 있다.
LG하우시스는 'D233 해안용 발코니 이중창', 'PTT237 입면분할창' 등이 내풍압성능이 우수한 제품이며 한화L&C는 내풍압성, 단열성, 기밀성, 수밀성 등 기본성능은 물론 조망성까지 강화한 '하이브리드-뷰' 창호를 보유하고 있다.
청테이프를 기억하는가? 유리 시장의 변화, 안전유리 적용 확대
강력한 태풍은 판유리 시장에도 큰 변화를 가져왔다. 2010년 ‘곤파스’와 2012년 ‘볼라벤’태풍이 불었을 때 집집마다 창유리에 청테이프를 붙이고 물에 적신 신문지를 창유리에 붙였던 경험이 다들 있을 거다. 기자가 사는 아파트에는 아직도 청테이프 자국이 남아있는 발코니 창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당시 태풍피해로 뉴스가 떠들썩했는데 공통적으로 나오는 이야기는 깨지기 쉽고 파쇄 면이 날카로워 흉기로 돌변하는 유리에 대한 피해 사례들이었다. 아파트의 발코니 창유리가 깨져서 무너져 내리고 파편이 튀어 2차 피해를 주는 것에 대한 뉴스는 태풍이 몰고 오는 당연한 결과처럼 느껴질 지경이었다.
실제 ‘볼라벤’으로 서남해안 지역 주택의 발코니창 유리가 파손돼 주민들이 대피하는 소동을 빚기도 했었다.
일반적으로 유리는 절단된 모서리 근처에 미세한 균열이 존재하기 때문에 중심부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응력에 취약하고 한계점 이상에서 파손이 먼저 발생해서 중심부로 전달된다. 그리고 큰 응력에 의해 파손된 경우 일수록 파쇄 시작점에서의 균열 분기가 많아지기 때문에 파편 조각이 날카로운 예각을 띠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창유리가 무방비 상태에서 풍압으로 인해 파손되었을 경우에는 대책 없이 피해를 입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처럼 태풍으로 인한 창유리 파손 피해가 이슈화 되면서 접합유리와 같은 안전유리 시장이 확대됐다.
강화유리를 사용한다고 해도 더욱 강력한 태풍이나 지진 등으로 인해 한계 이상의 충격을 받으면 파손될 수 있으므로, 유리 사용으로 인한 충분한 안전성 확보를 위해 2차적인 피해를 줄일 수 있는 접합유리 적용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접합유리는 파손되어도 유리가 그대로 형태를 유지한 채 파편이 튀거나 떨어지지 않고 창틀에 유리가 끼워져 있으며, 파손된 부분에 금이 간 상태로 유지될 뿐 아니라 충격물이 관통되지 않고 구멍이 생기지 않기 때문에 유리가 파손된 이후에도 안전하게 외부와의 차단 역할을 할 수 있다.
실제 태풍으로 인한 창유리 안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수도권 아파트의 경우에는 발코니 유리에 품질 인증을 받은 접합유리를 적용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이처럼 2003년 태풍 ‘매미’와 최근의 강력한 태풍 ‘곤파스’, ‘볼라벤’의 영향으로 국내 창호와 유리 시장이 변화를 맞은 건 분명한 사실이다.
태풍으로 인한 창문 파손은 자연재해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역 및 건물의 형상 등 조건을 고려한 창호 설계와 풍하중을 산정해 최적의 창호 사양이 적용돼야 태풍으로 인한 창호 유리의 파손 피해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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