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호 에너지소비효율등급제’ 1등급 모델 포화...문제 없나?

시장 성숙도에 맞춰 1등급 모델 변별력 높이고 다양한 등급의 창호 적용 보다 확대돼야 한다는 목소리 높아

창호 에너지소비효율등급제(이하 창호 등급제)가 시행 된지 6년이 지난 2018년 10월말 기준 에너지관리공단에 등록된 전체 1~5등급 5,799개 모델 중 1등급이 1,464모델로 약 25% 가량을 차지해 등급간 변별력이 떨어져 1등급 제품의 희소성이 너무 없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더불어 관급시장을 중심으로 최근 다수의 현장에서 1등급 창호만 제품구입을 제한하고 있어 관급시장에 참여하고 있는 업체에 상당한 부담을 주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10월 말 기준으로 5,799개 모델 등록...1등급 모델 25% 넘어
1,2 등급 모델 전체 65% 차지, 고등급 비중 갈수록 높아져

지난 2012년 7월부터 시행된 창호 에너지소비효율등급제가 시행 6년을 넘어섰다. 창호 등급제는 소비자들이 에너지 효율이 좋은 창호 제품을 쉽게 구분하고 고단열 창호를 구입할 수 있도록 장려하기 위한 취지의 의무 신고제다. 기업들이 에너지 효율이 높은 제품을 생산 판매하도록 유도하려는 정책적 의도도 담겨있다. 정부가 직접 인증하기 때문에 제품 신뢰도 확보 차원에서 업계에서는 창호 등급제를 적극 이용하고 있다.

창호 등급제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 “제도 시행 초기에는 산업계간 입장 차이 문제로 제도 안착에 반신반의 했지만 창호 등급제는 정부가 추진 중인 건물에너지절감 기준을 충족할 뿐 아니라 소비자 구매심리를 끌기 위한 마케팅적 요소로도 업계에서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2018년 10월 29일 기준 에너지관리공단에 등록된 창세트 전체 5,799개의 모델을 살펴보면 5,799개 모델 중 에너지소비효율이 가장 우수한 1등급 모델이 총 1,464종, 2등급 모델 2,254종, 3등급 모델 1644종, 4등급 346종, 5등급 88종으로 조사됐다.

전체 등급 모델의 비율을 살펴보면 1등급 모델이 25.25%로 전체 1~5등급 모델의 1/4이 1등급 모델로 채워졌으며 2등급 모델이 차지하는 비율은 약 39%에 육박한다. 3등급 모델은 28%, 4등급 모델은 5.9%, 5등급 모델이 1.5% 차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1등급과 2등급 고등급 모델의 전체 비중이 약 65%를 차지하고 있어 전체 등급 분포에서 매우 높은 포지션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창호 등급제 시행 첫해 2012년 전체 969개 등록 모델 중 1등급 모델이 47개 모델로 4.8% 비중으로 제도가 시작됐던 점을 감안하면 2018년 10월 현재 폭발적으로 1등급 모델의 수가 증가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1등급 모델 등록 건수를 주요 업체별로 살펴보면 LG하우시스가 143종으로 가장 많은 1등급 모델을 등록했으며 한화L&C 102종, KCC 81종, 피엔에스홈즈 67종, 성광유니텍 28종, 이건창호 21종, 거광기업 15종, 선우시스에서 12종의 1등급 모델을 등록했다.

전체 등록된 모델의 소재별 분포를 살펴보면 합성수지 재질이 약 55%를 차지하고 있으며 알루미늄 재질이 35%, 복합소재를 포함한 기타 재질이 9.9%, 목재가 0.1%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소재별 등급 분포도를 살펴보면 전체 합성수지 모델 중 1등급 모델이 약 30%를 차지하고 있으며 알루미늄의 경우 전체 알루미늄 창에서 1등급 비율이 약 15%, 2등급 비율이 54%를 차지하고 있다. 복합소재의 경우에도 1등급 모델이 약 22%, 2등급 모델이 53%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1, 2등급 쏠림 현상 가속...1등급 단열성능 0.8W/㎡K 수준으로 높아질까?
녹색건축물 기본계획 단계별 목표에 따라 추후 1등급 기준 상승 여지 있어

이처럼 창호 등급제에서 시간이 지날수록 1등급 모델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점에 대해 일부 업계 관계자들은 1등급 모델의 변별력을 높일 시점이 온 게 아니냐는 의견도 제시하고 있다. 실제 창세트가 포함돼 있는 에너지효율등급제도와 관련해 산업통상자원부는 일부 품목의 제품 변별력을 높이기 위해 지난해 TV 등 7개 품목을, 올해 상반기에는 냉장고 등 4개 품목의 효율등급 기준을 강화하기도 했다.

에너지공단은 전기냉장고, 전기밥솥에 대해 에너지소비효율 1·2등급 제품 비중이 과도해짐에 따라 적정수준의 변별력을 확보하고 지속적인 기술개발을 유도하기 위해 효율등급 기준을 현행 대비 각각 17%, 11% 상향 조정했었다. 상향 조정으로 이들 제품의 1·2등급 비중은 지난해 말 기준 냉장고 65.5→30.4%, 전기밥솥 59.5→6%로 대폭 줄어들었다.

업계 관계자는 “창호 등급제 제도 시행 초기 에너지관리공단측은 창호 등급제가 이상적으로 운영되려면 1등급 제품의 비중이 전체 제품 중 8~10%선을 유지하는 게 가장 이상적이라고 말했었다”라며 “제도 시행 6년이 지나면서 현재 대다수의 업체들이 창호의 성능 향상에 노력한 결과 고성능 유리와 단열재 등을 적용해 1등급 모델 제작 기술을 확보했기에 등급 기준을 좀 더 높여 1등급 모델의 희소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지 않겠냐”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에너지관리공단에서 1등급 모델의 비중을 조절하기 위해 당장은 아니지만 ‘녹색건축물 기본계획 2단계(2019~2023년)’가 마무리 되는 2023년까지 정부가 목표로 하는 패시브하우스 수준의 창호 단열성능인 0.8W/㎡K이하로 1등급의 단열기준이 강화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녹색건축물 기본계획 2단계 수립 방향을 근거로 창호의 단열기준이 현행 1.0W/㎡K에서 패시브하우스 수준인 0.8W/㎡K로 더 상향 조정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 “지난 6월부터 올해 말까지 진행되는 ‘녹색건축물 기본계획 2단계 계획안’ 워킹그룹 회의에서 창호의 단열기준이 패시브하우스 수준인 0.8W/㎡K 수준으로 상향 조정되는 사항과 창호의 냉방기준 도입 등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정부의 계획 하에 추진되고 있는 사항이기에 절차와 시기의 문제일 뿐 추후 0.8W/㎡K 수준으로 1등급 창호의 단열성능이 강화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1등급 기준 상향 조정보다는 시험성적을 받는 시료용 모델과 실제 현장에 적용되는 제품이 다른 사례를 야기시키는 시험방법에 있어 속임수와 같은 일명 cheat행위를 근절 시켜 1등급 제품의 변별력을 높일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창세트 시험방법에 있어 cheat행위가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는 부분은 기밀성 테스트이다. 인증용 시료에는 창문을 열기 버거울 정도로 스폰지, 풍지판 등 밀폐부재를 과도하게 적용해 우수한 기밀 등급을 획득하지만 현장에는 개폐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밀폐부재를 미흡하게 설치해 기밀성능이 낮은 창문을 적용해도 이를 검증할 방법이 없다.

일부 업체에서는 기밀테스트를 진행할 때는 12~15㎜ 모헤어를 적용해 기밀성능을 향상시키지만 보통 주거공간에 적용되는 모헤어는 5㎜제품이 대부분이다. 또 시료에는 프레임에 배수구를 안 뚫고 시험 테스트를 진행하기도 하지만 실제 판매되는 제품들은 배수구가 대부분 뚫려 있는 제품들이다. 기밀성 시험 테스트 방법인 KS시험방법에 배수구를 뚫든 안 뚫든 이에 대한 명시도 없기에 이를 제지할 명분도 없다는 게 관급 조달시장에 참여하고 있는 업계 관계자 말이다.

이 같은 문제로 추후 창호 등급의 상향조정도 필요하겠지만 당장은 기밀성능 시험 시 기밀성과 개폐력을 동시에 시험하고 설치된 후에도 현장에서 성능시험을 수행하는 제도를 의무적으로 시행해 1등급 창호의 변별력을 높일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모든 제품이 1등급일 필요가 있을까? 관급시장 과하게 1등급 요구하는 현장 많아져
건물 에너지절약 특성 반영 안하고 1등급 창호만 적용하는 시스템도 문제

창호 등급제 1등급 모델의 포화 문제는 관급시장을 중심으로 한 다수의 현장에서 과도한 1등급 창호 적용 요구 부분도 큰 몫을 차지한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최근 지어지고 있는 관공서 및 학교 등 신축 건물들은 공조시스템과 같은 설비부분과 연계해 전체 건물에너지를 절감하는 에너지제로빌딩 추세로 흐르고 있다. 단지 1등급 창호만 적용해 건물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절감 할 수 없는 시스템이다. 하지만 관급시장을 주력으로 시장에서는 오로지 1등급 창호만 제품구입을 제한하고 있어 관급시장에 참여하고 있는 업체에 상당한 부담을 주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건축물의 에너지절약 설계기준에서 정한 공동주택외 기준은 외기에 직접 면하는 경우 1.3~2.2W/㎡K로 규정하고 있고 내부창 또는 덧창의 경우 1.6~2.8W/㎡K까지 다양한 등급의 제품을 사용토록 규정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일부 공공기관의 경우 1등급으로만 제품구입을 제한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또 건축사무소에서도 상가용 건물의 창호 스펙작업을 진행 할 때 다양한 품목의 시험성적을 꼼꼼히 보지 않고 상대적으로 성적이 잘나오는 고정창의 시험성적만 검토하는 일이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기도 하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조달시장 입찰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2등급 이상의 성능을 확보해야 하지만 1등급 모델이 워낙 많으니 2등급 모델을 갖고는 입찰을 따내기가 쉽지 않다”라며“ 어쩔수 없이 1등급 모델 개발에 비용과 시간을 투자하고 있는데 업계에 큰 부담은 물론 정부도 예산을 낭비할 수 밖에 없는 구조이다.”라고 말했다.

창호 등급제의 1등급 쏠림 현상을 완화하고 1등급 제품의 변별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건물 특성에 맞는 건물 전체의 에너지절감을 생각하고 전체 건물에너지를 절감하면서 에너지제로를 실현할 수 있는 창이라면 꼭 1등급 제품이 아니고 다양한 등급의 창호 적용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