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지구 온난화로 인해 냉방 수요가 크게 증가하며, 건물 내부의 열 관리에 막대한 에너지가 소비되고 있다. 실제로 올여름 우리나라는 기록적인 열대야 일수를 기록하고 추석까지 폭염이 이어지는 등 이상기후 징조가 여러 차례 감지되었다. 이에 월간 창호기술에서는 지구 온난화에 따른 기후 변화 대응과 에너지 지속 가능성 확보라는 세계적 과제에 대한 현실적 해결책으로 에너지 절감 및 에너지를 생성하는 스마트 창문을 제안하며 최근 국내 유수의 연구진들이 발표한 관련 논문들을 통해 스마트 창문 기술이 어디까지 왔는지 살펴보았다.
우리나라는 내년부터 본격 시행될 30세대 이상 민간 공동주택 제로에너지건축 의무화를 앞두고 제로 에너지를 넘어선 플러스 에너지 빌딩 구현이 건축물 에너지 자립의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차세대 플러스 에너지 빌딩은 에너지 부하를 최소화하는 데에서 더 나아가 자발적으로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는 건물을 의미한다.
건물은 기본적으로 내부의 열 관리에 막대한 에너지를 소비하기 마련이며 최근 지구 온난화로 냉방 수요가 증가하면서 에너지 사용량이 더욱 급증하고 있다. 더욱이 태양광 흡수율은 높고 반사광은 적은 기존 창문으로 인해 냉방 시 막대한 양의 에너지가 손실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경제적 효율성을 갖춘 차세대 플러스 에너지 빌딩을 구현하려면 먼저 제로에너지 기반의 에너지를 절약하는 투명 냉각 기술은 물론, 나아가 플러스 에너지에 기반을 둔 지속 가능한 전력 공급을 보장하고 자가 발전이 가능한 기술을 갖춘 다기능 스마트 윈도우의 개발이 이뤄져야 한다.
흔히 스마트 윈도우라고 하면, 창문의 색깔이 바뀌어 내부 온도를 조절하는 창문을 떠올리기 쉽다. 그러나 이러한 창문은 색깔을 변경하여 태양광의 세기를 조절하는 방식으로 냉각 기능을 구현하다 보니 냉각되는 동안에는 정작 창문이 본연의 기능인 높은 투과도를 유지하지 못하고 불투명한 상태로 변한다는 한계점을 지닌다.
또한 창문은 춥거나 안개 끼는 날에도 창문 본연의 기능인 높은 투과성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이와 같은 다기능 스마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내외 유수의 연구진들은 에너지 절약을 극대화할 수 있는 스마트 윈도우 개발에 노력하고 있다. 상용화되기 위해서는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완성도 다기능 스마트 윈도우는 환경오염을 해결하고 냉방 에너지를 저감할 뿐 아니라 자가 전력 생산 기술을 통해 기존 배터리 기술의 한계도 극복할 수 있기 때문에 다양한 산업 분야에도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더불어, 건물일체형태양광발전시스템(Building Integrated Photovoltaic, BIPV)과 관련해서는 가시광 투과율을 개선시키고 효율과 안정성을 높인 창호형 태양전지 기술이 꾸준히 발전하고 있다.
창호형 태양전지는 건물 유리창과 결합되어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융합형 태양전지 기술로서 기술 활용 가능성이 매우 높다. 국내에서도 산업통상자원부 소재부품기술개발사업, 전자부품산업기술개발사업, 신재생에너지 핵심기술개발사업,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소재혁신선도프로젝트 등의 지원을 받아 관련 연구들이 수행되고 있다.
건물에 직접 활용이 가능한 창호형 태양전지 기술은 창문으로 상용화되기 위해서는 가시광 투과율과 내구성 확보, 고효율화가 필요해 상용화에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지만 최근 국내 연구원들이 창호형 태양전지 기술개발에 속도를 내면서 유리창으로서의 상용화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서울대 고승환 교수 연구팀, 다기능 스마트 창문 기술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기계공학부 응용 나노 및 열공학 연구실 고승환 교수 연구팀은 지난 9월 전력 소비 없이 실내 온도를 낮추고 빗방울의 마찰 전기를 활용해 전력도 생산하는‘다기능 스마트 창문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지구 온난화에 대응하기 위해 제로 에너지를 넘어선 차세대 플러스 에너지 기술을 구현하고, 에너지 자립률 향상에 기여할 새로운 가능성을 개척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는 평가다.
연구진들은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면서도 창문의 투명도를 손상시키지 않는 새로운 기술 개발에 노력하면서 투명도를 유지하면서도 전기를 쓰지 않는 냉각 기술을 구현하는 제로 에너지 기반 투명 복사 냉각 기술을 개발했다. 뿐만 아니라, 떨어지는 물방울이 창문과 맞닿는 순간 발생하는 마찰 전기를 이용하여 전력을 생산하는 자가 발전 기술도 개발하여 제로 에너지를 넘은 플러스 에너지 기반 스마트 윈도우 기술을 선보였다. 또한 춥거나 안개가 많이 끼는 날 창문에 끼는 성에를 신속하게 말끔히 제거하는 투명 히터 기술도 개발함으로써 복사 냉각, 전력 생산, 성에 및 서리 제거의 세 가지 기능을 하나의 소자로 동시에 구현하는 스마트 윈도우 기술을 세계 최초로 제시했다.
연구팀은 우수한 전기 전도성 및 독특한 광학적 특성을 지닌 은과 ITO(Indium Tin Oxide, 인듐 주석 산화물)의 적층 구조로 이뤄진 창을 제작하여 아래 세 가지 기능을 하나의 소자로 구현할 수 있었다.
투명 복사 냉각 기술은 실내로 들어오는 태양광의 흡수는 최소화하는 반면, 복사열은 외부로 방출함으로써 온도를 낮추는 기술이다. 이 복사 냉각 기술은 냉매를 사용하는 기존 에어컨과는 달리 별도의 전기 에너지 소비 없이도 냉각 성능을 구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연구팀은 내리쬐는 태양광 중 우리 눈에 보이는 가시광선 영역만 창을 통과시키고 근적외선 영역의 태양광은 선택적으로 반사시킴으로써 실내 온도를 낮추고 냉각 기능을 극대화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
마찰 전기를 이용한 전력 생산 기술은 비 오는 날 빗방울이 창문과 맞닿을 때 발생하는 마찰 전기를 통해 전력을 생산하는 기술이다. 이때 전기를 수확하기 위해서는 창문 전면의 전극 물질이 필요한데, 은과 ITO의 적층 구조가 지닌 뛰어난 전기 전도성 덕분에 스마트 윈도우는 마찰 전기를 이용해 자가 발전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연구팀은 이 투명 전극을 통한 줄 발열에 의한 히터 기능으로 추운 날 창문에 끼는 성에나 서리를 신속히 제거해 명확한 가시성을 확보하는 기술도 개발했다.
이처럼 연구팀이 개발한 다기능 스마트 윈도우는 화창한 날에는 투명 복사 냉각 기술, 비 오는 날에는 전력 생산 기술, 추운 날에는 성에 및 서리 제거 기술을 실현할 수 있다.
고승환 교수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개발한 스마트 윈도우가 실제 태양 빛이 내리쬐는 뜨거운 환경에서 일반 창문에 비해 대략 7도가 낮은 온도를 유지하는 것을 확인했다. 또한 비가 내리는 환경을 모사한 실험에서 스마트 윈도우는 단 하나의 물방울로 8.3W㎡의 전력을 생산하는 동시에 줄 발열을 통해 일반 창문 대비 대략 2배 빠른 속도로 성에를 제거하는 등 성능과 다기능성 모두에서 뛰어난 결과를 보였다.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의 기초지원사업 중견연구자지원사업 및 세종과학펠로우십의 지원을 받았으며,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아 물리학 분야 저명 학술지인 Nano Energy 저널 2024년 10월호에 게재되기도 했다.
포스텍 노준석 교수 연구팀, 만능 유리창으로 기후의 한계를 뛰어넘어
기상청의 예측은 복잡한 과학적 모델과 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이뤄지지만 기후 위기로 인해 예보의 정확성이 낮아지면서 사람들의 불평과 불만이 늘어나고 있다. 그런데 기상 예측 정확도와 상관없이 모든 기후 조건에서 사용할 수 있는 청정에너지 소자가 개발되어 주목을 모으고 있다. 포스텍 기계공학과 · 화학공학과 · 전자전기공학과 노준석 교수 연구팀은 마찰 대전 발전과 복사 냉각 기술을 결합하여 전천후 에너지 통합 장치를 제작하는 데 성공했다.
마찰 대전은 서로 다른 두 물질이 접촉 후 분리될 때 전하를 띠게 되는 현상으로, 이 장치는 빗방울과 창문 간 액체-고체 마찰 대전 원리를 이용하여 우천 시 에너지를 수확할 수 있다.
이 장치는 자외선과 적외선 영역의 빛은 반사·흡수하며 가시광 영역의 빛은 투과하도록 설계되었다. 그 결과, 맑은 날에는 에너지 소비 없이도 물체가 자체적으로 열을 반사하거나 대기 중으로 방출하는 ‘복사 냉각’ 기술로 실내 온도를 낮추고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다. 또한, 연구팀은 진화 알고리즘을 이용해 이러한 열 방출 및 투명도의 특성을 최적화했다.
연구팀이 개발한 만능 소자는 단일 물방울 1㎡당 248.28W의 에너지를 수확하는 데 성공했고, 에너지 변환 효율은 2.5%를 기록했으며, 기존 유리와 비교했을 때 실내 온도를 최대 24.1℃ 낮추는 효과를 보였다. 일반적인 유리처럼 투명하게 보이지만 기후에 따라 에너지 생성과 실내 냉각이 모두 가능해 다양한 조건에서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장치를 개발한 것이다.
이번 연구는 포스코홀딩스 N.EX.T IMPACT 메타표면 기반 평면광학기술 연구소, 한국연구재단 중견연구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으며 과학 분야 국제 학술지 중 하나인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최근 게재됐다.
한국에너지기술원, 반투명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개발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은 올해 초 안정성과 효율을 개선해 21.68% 효율을 지닌 반투명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를 개발했다.
한국에너지기술이 개발한 창호형 태양전지에는 효율과 안정성이 우수한 반투명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가 사용된다. 반투명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를 제작하려면 기존 불투명 태양전지의 금속 전극을 빛이 통과하는 투명전극으로 바꿔야 한다. 이 과정에서 고에너지 입자가 발생해 정공수송층의 성능이 떨어져 이를 막기 위해 정공수송층과 투명전극층 사이에서 완충 역할을 하는 금속산화물층을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불투명 태양전지에 비해 전하의 이동성과 안정성이 떨어지는데, 이에 대한 원인과 해결책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전공수송층의 전기전도도를 올리기 위해 첨가하는 리튬이온이 완충 역할을 하는 금속산화물층으로 확산돼 특성을 떨어뜨리는 전자구조로 변화한다는 것을 규명했다. 또한 정공수송층의 산화시간을 최적화해 산화를 통해 리튬이온이 안정적인 리튬산화물로 변환되면 리튬이온의 확산을 차단시켜 소자의 안정성을 높이는 것을 확인했다.
지금까지 단순 반응 생성물이였던 리튬산화물이 반투명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의 효율과 안정성을 높이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알아낸 것이다. 이를 기반으로 투명전극을 사용하는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중 세계 최고 효율 21.68%를 기록했고, 400시간 장기 보관 조건과 240시간 이상의 작동 환경에서 모두 초기 효율 대비 99% 이상을 유지하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이 태양전지를 탠덤 태양전지의 상부셀에 적용해 후면의 빛도 활용하는 '양면수광형 탠덤 태양전지'를 제작했다.
연구팀은 반투명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의 독특한 유기물 소재와 금속산화물 계면 열화 현상을 처음으로 규명했다며 향후 창호형 태양전지와 페로브스카이트·실리콘 탠덤 태양전지 기술 진보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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