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어진 불황, 위기속 기회 찾는 방화문 업계 동향은

정부의 건물 에너지절감 정책과 품질인정제도를 통해 내화성능과 단열성능을 동시에 갖춘 기술력을 확보, 기술 집약 시장으로 변모한 국내 방화문 시장은 최근 건설경기 침체 직격탄을 맞으며 관련 업체들의 매출액 기준으로 시장 규모는 2010년대 후반 대비 약 30% 이상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악의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기 위해 노력하는 방화문 업계 동향을 들여다보았다.

국내 방화문 시장은 전국적으로 정부 추산 약 140여개, 업계 추산으로는 약 180여개 업체가 시장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방화문에 해당되는 강철제 KS인증(문세트 3109, 방화문 및 보통문)을 획득한 업체만 약 100여개 업체가 있다. 시장 규모는 금액으로 업계 추산, 2010년대 후반부터 2020년대 초반 약 9,000억원~1조원 규모까지 성장한 이후 하락세로 전환되면서 최근에는 약 7,000~8,000억원 수준으로 줄어든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 최근 방화문 업계는 아파트 신축물량 감소로 인한 건설경기 침체와 인건비 및 원자재 가격 상승, 품질인정제도 대응에 따른 경영비용 상승 등 여러 가지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최근 어려움을 호소하는 업체들이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방화문 시장은 신축 아파트 등에 대량으로 납품하는 특판시장과 일반 소비자를 상대로 한 유통시장으로 나뉜다. 업계에 따르면 방화문 유통시장의 경우 보통 월 약 10만개 이상, 년 120만개 이상의 제품이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그동안 방화문 시장의 성장을 주도한 건 아파트 특판시장이었다.

방화문 업계 매출액 상위에 포진하고 있는 주요 업체들은 2010년대 후반 아파트 특판시장 건설경기 호황으로 약 500억원~900억원 가량의 매출액을 기록하며 회사 규모를 키웠으나 최근에는 지난 몇 년간 건설경기 침체가 지속되면서 상대적으로 특판시장 매출 비중이 높은 업계 상위 업체들의 매출액 감소가 큰 것으로 파악된다.

국내 방화문 시장이 변곡점을 맞은 건 2021년부터 2022년경이다. 이 시기부터 방화문 시장의 성장을 주도했던 신축 아파트 특판시장이 하락세로 전환되기 시작했으며 최저임금 상승으로 인한 인건비 상승, 대내외 정세 불안으로 인한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방화문 업계의 경영환경이 악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2021년 방화문 품질인정제도 시행으로 제도 대응에 대한 업계 부담이 가중되는 모습들이 나타났다. 더불어, 2020년대 들어 국내 방화문 시장에 칼라강판을 공급하는 대기업의 시장 참여로 기존 방화문 업체들과의 경쟁이 심화되면서 방화문 시장에 큰 변화를 가져다 주었다.

이 같은 상황에 방화문 업계는 최근 국내 경제의 저성장 기조, 가계대출의 급격한 증가에 따른 내수 위축 및 소비심리 저하, 가구 수 감소 등 수요기반의 불안요인과 환율 및 원자재 가격 인상 등 경영환경 악화 요인들이 증가하면서 자본력이 탄탄하지 않은 업체들을 중심으로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문을 닫는 사례도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 흡수합병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국내 방화문 유통시장을 비롯 특판시장에서도 영향력이 높은 지방의 방화문 중견기업을 최근 사모펀드에서 인수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30여년간 방화문 시장에서 활동해온 수도권에 위치한 방화문 업체는 아파트 특판시장에서 활동하는 방화문 업체에서 흡수 합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 “2021년 이후 방화문 시장에 많은 변화가 생기면서 최근 업계가 재편되는 모습들이 나타나고 있다”며 “아파트 특판시장에 대량으로 납품했던 업계 매출 상위 업체들의 경우 최근 매출액은 2010년대 후반과 비교해 약 절반가까이 하락하면서 건설경기 침체에 직격탄을 맞고 있으며, 소규모 중소 제조업체들은 품질인정제도 대응에 부담을 느끼면서 제조업체에서 판매업체로 전환 한 업체들이 생겨났으며 일부 업체는 방화문에서 현관문으로 주력 품목을 변경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아파트 특판시장 저가 수주 경쟁 심화로 수익성 악화

건설경기 침체 속에 아파트 특판시장을 중심으로 업체간 저가 수주 경쟁까지 심화되면서 현재 방화문 업계의 수익성은 매우 악화된 상황이다.
인건비와 원자재 가격 상승, 품질인정제도 대응에 따른 경영비용 부담이 증가한 상황에 가격인상은 고사하고 오히려, 아파트 특판시장의 경우 물량 감소에 따른 저가 수주가 빈번해지면서 2010년대 후반과 비교해 약 10만원 가량 가격이 하락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생산단가가 상승하는 상황에 납품가는 오히려 하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 (사)대한방화문협회는 지난 5월 보도자료를 통해 방화문은 건설사에 입찰하는 방식의 발주가 많은데, 건설사는 주로 최저가입찰제로 낙찰 받는다며 최근 모 기업의 저가 수주에 더하여 최근 건설경기까지 침체되면서 업계 중소업체들은 더 이상 버티기가 어려워 줄도산 될 위기에 놓였다고 호소했다. 더불어, 모 기업의 출혈 입찰은 중소업체도 원가 이하의 가격으로 입찰에 참여하게 만들어 경영악화를 일으키고 있는 실정으로 정작 방화문을 팔아도 적자인 상황이 지속되면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모르는 상황이 되었다고 전했다.

현재 방화문 업계의 저가 수주 경쟁은 건축경기 불황과 내수경기 침체로 건설사에서 공사비를 줄이는 가운데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방화문 업계 관계자들은 지금과 같은 저가 수주 경쟁이 지속될 경우, 자칫 방화문 품질 저하 문제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노후 방화문 교체, 다품종 소량생산 비규격 제품 경쟁력 갖춘 업체들에게 기회

그동안 방화문 업계는 노후 방화문 교체와 관련해, 공동주택 방화문을 관리하기 위한 법적 기준이 미흡하다며 정부에 방화문 관리기준을 마련하고 방화문 성능에 대한 점검제도를 확립해 노후된 방화문에 대한 내구연한을 규정하는 등 방화문의 교체 주기 및 유지보수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높였다.

이 같은 업계의 목소리가 반영돼 지난해 12월, 공동주택관리법 시행규칙이 개정되면서 공용부분의 방화문이 장기수선계획 항목에 포함됐다. 공동주택관리법 시행규칙에 따라 공용부분 방화문 교체주기는 15년이다. 이전까지 공동주택에서는 화재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의무적으로 방화문을 설치해야 했지만 유지관리에 대한 기준은 없어 방화문 교체 시 장기수선충당금이 아닌 관리비로 부과됐다.

업계에서는 방화문 내구연한 지정이 당장 업계에 큰 변화를 주기보다는 화재 안전을 위해 노후 방화문의 교체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된 만큼 장기적으로는 일반 소비자 및 노후된 LH단지 대수선공사 등을 통해 방화문 교체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하면서 다품종 소량생산 비규격 제품 경쟁력을 갖춘 업체들에게 기회로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실제로 비규격 제품은 유통시장 중심으로 활동하는 업체들이 경쟁력이 높아 업계 주요업체들도 비규격 제품은 동종 업계 제품을 받아 사용하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방화문은 10년 이상 오래 사용하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할 수 있다. 화재 안전을 위해 공동주택관리법 장기수선계획 수립 기준에 방화문이 추가돼 업계에서는 반기고 있다”라며 “유지보수 시장에 많이 적용되는 비규격 제품은 제작하기 까다로워 대응하는 게 쉽지 않지만 수익성은 규격 제품보다 좋다. 공용부분 방화문이 장기수선계획 항목에 포함되면서 앞으로 노후 방화문 교체 시장의 활성화가 예상돼 방화문 업계에서는 비규격 제품 대응에 고민하고 있다. 비규격 제품 방화문 유통시장의 경우 주문 후 빠른 납기가 가장 중요한 만큼 납기 및 유통망 경쟁력을 높이는 업체들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품질인정제도, 약 90여개 업체에서 794개 모델 등록

지난 2021년 8월부터 시행된 방화문 품질인정제도와 관련해, 2025년 5월 기준으로 한국건설기술연구원 홈페이지에 등록된 인정제품은 약 794개의 모델이 등록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중 비차열 제품이 99개 모델, 차열 제품이 14개 모델, 60분 편개 방화문이 364개 모델, 60분 양개 방화문이 174개 모델, 60분+ 편개 방화문이 43개 모델, 기타 방화문 100개 모델이 등록된 것으로 조사됐다.

비차열 제품은 ㈜진성산업 9개 모델, ㈜금강방화문 6개 모델, ㈜동광명품도어 10개 모델, 세기에프에스디(주) 9개 모델, 동방노보펌(주) 6개 모델, ㈜대건에프앤씨 2개 모델, ㈜신원에이스도어에서 6개 모델 등 총 31개 업체에서 인정제품을 등록했으며 차열제품은 아주스틸(주), ㈜진성산업, ㈜금강방화문, ㈜신흥강판, ㈜삼선CSA, ㈜경동원, 동방노보펌(주), ㈜대건에프앤씨, ㈜벽두도어 등 아파트 특판시장에서 영향력 높은 10개 업체에서 인정제품을 등록했다.

비차열 60분 이상의 성능을 만족하는 60분 양개 방화문은 약 65개 업체에서 174개 모델을 등록했으며 60분 편개 방화문은 약 80여개 이상 업체에서 약 370여개 모델을 등록했다.

차열 30분 이상 및 비차열 60분 이상의 성능을 만족하는 60분+ 방화문은 60분+ 편개 방화문으로 ㈜신원에이스도어, ㈜동영산업, ㈜동광명품도어, ㈜신흥강판, ㈜제일방화문, ㈜삼선CSA, ㈜경동원, 국일도어테크(주), ㈜이지스FSD, 대동철강공업(주), 아주스탈(주), ㈜벽두도어, 신우솔루션(주), ㈜동원창호, 바른창호(주), ㈜창진금속, 동국씨엠(주), ㈜우창, ㈜태광피엔티, ㈜우리에스디테크, ㈜동성산업, ㈜화인엠텍, ㈜대건에프앤씨까지 총 23개 기업에서 43개 모델을 등록했다.

방화유리문과 무탁방화문 인정제품 등록도 증가 추세이다. 방화유리문은 ㈜동해공영, ㈜신우금속, ㈜동방테크, ㈜정원이엔지, ㈜비에이치메탈, ㈜사운드포, ㈜일성코리아 등에서 약 50여개의 인정제품을 등록했다. 무턱방화문에 대한 수요도 증가하면서 무턱방화문 인정제품을 등록하기 위해 준비 중인 업체도 늘고 있다.

방화문 품질인정제도는 업계 부담을 가져다주기는 했지만 업계의 기술 향상 노력으로 방화문 품질을 높이면서 방화문에 대한 소비자 신뢰 향상을 이끌어 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품질인정제도도 지속적으로 보완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업계 제조 현장에서 기술자들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 업계 부담 완화를 위해 문틀 등 외주시스템에 대한 부분을 보다 완화시켜줘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 이러한 업계 의견들이 반영되면서 현재는 제도 시행 초기와 다르게 현재 문틀 위탁생산이 가능하다.

이와 관련, 문틀 위탁생산 시료 각각에 대해 내화 및 차연성능을 추가적으로 확인하게 되며 문틀 위탁생산 계약서에는 위탁생산 절차 및 범위에 대해 명시되어 있어야 한다. 다만, 문틀 위탁생산은 업계 부담을 덜기 위해 한시적으로 허용한 것으로 국토교통부와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서는 품질인정제도 취지에 걸맞게 자체생산을 권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