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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현장에선 ‘창호 등급제’ 체감 못해
에너지 절감과 녹색성장을 유도하기 위한 정책인 창호 등급제가 지난 2012년 7월부터 시행된 이후 2년을 맞았지만 여전히 실효성 논란을 빚으면서 산업계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창호 등급제는 창세트의 에너지 소비효율을 1~5등급으로 구분·표시해 소비자들이 효율이 뛰어난 제품을 구입하도록 독려하고 관련기업들은 에너지 절약형 제품을 생산·판매하도록 장려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이다.
1등급에 가까운 제품일수록 에너지 절약형 제품이며, 1등급 제품을 사용하면 5등급 제품 대비 약 30~40%의 에너지 절감 효과를 볼 수 있다.
현재 6월 중순 기준 에너지관리공단 홈페이지에 등록된 창호 등급제 인증 제품 수는 1641개 모델로 최근 매달 15%이상 늘면서 창호 등급제에 대한 산업계 대응은 비교적 활발한 편으로 조사되고 있다.
문제는 현장에서의 적용률이다. 창호 등급제의 긍정적인 효과에도 불구하고 건설 현장에서 적용되는 경우가 10%도 안 될 정도로 실제 활용도가 높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건설사에서 창호 등급제 대응에 아직까지 활발하게 움직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창호 등급제가 창호 기업에게만 강제성이 있을 뿐 건축에 직접적으로 관련된 건설사나 건축업자에겐 의무조항이 아니어서 굳이 창호 등급제 활용에 나설 필요가 없는 상황이다.
특히 분리발주가 전체 창호공사의 80%정도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분리발주 시 등급 신고를 의무화하지 않았던 점이 창호 등급제 활성화의 걸림돌로 가장 크게 작용하고 있다. 창호 공사는 창틀과 유리를 결합해 창세트 형태로 판매하는 통합발주와 창틀과 유리를 각각의 업체에서 구매하는 분리발주로 구분된다.
현재 창호 등급제 운용규정에는 분리발주 돼 판매하는 창세트에도 납품하는 제조업자가 임의 신고할 수 있도록 하고 창호 등급 라벨을 부착한 제조업자가 사후관리 책임을 지도록 했지만 분리발주의 경우 실제 임의신고를 하는 경우는 거의 없는 상황이다. 소비자들이 창호등급제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고 소비자들이 요청하더라도 임의신고이기 때문에 업체들이 굳이 신고를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창세트 제조업체는 등급제가 강제이지만 건설사나 건축업자에겐 의무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창호 등급제를 지킬 필요가 없다.
이처럼 처음부터 창호 등급제는 등급라벨 부착만 의무화 했을 뿐 건설업체에 대해 등급 라벨이 부착된 창 세트의 사용이 의무제가 아니기 때문에 적용률이 떨어 질 수 밖에 없는 모순점을 안고 시작했다. 정부는 창호 등급제를 도입하면서 창과 프레임을 따로 발주하는 분리발주 형태의 창호 입찰건에 대해서는 창호 등급제를 의무적용이 아닌, 선택적으로 적용할 수 있도록 했다. 업체간 준비상황의 차이 등을 감안해 제도 신설에 따른 중소 창호업체들의 급격한 비용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이 같은 조항으로 민간 건설사는 물론 정부의 공공공사 조차 통합발주 대신 분리발주를 통해 창호등급제 적용을 피해가는 사례가 빈번히 나타나고 있다.
제도 활성화 방안, 관계부처 적극적인 대응 아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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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그동안 업계에선 창호 등급제가 유명무실한 제도로 남지 않기 위해 제도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지원책 마련이 필요하단 입장을 전달해왔다. 특히 공공기관부터 관련 현장에 창호 등급 라벨 부착 의무화, 주택 인허가 법률에 창호 등급제 반영 등 다양한 제도 활성화 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이에 정부도 제도 안착 및 활성화를 위해 정부 및 공공기관이 진행하는 건축공사에는 창호 등급제 인증을 받은 제품을 우선 사용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지만 의무화 방침은 현재까지 별다른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더불어 지난해 정부에서 ‘건축물의 에너지절약설계기준’등을 개정하는 등 창호 등급제를 보다 활성화 시킬 계획을 마련해 발표했지만 구체적인 활성화 방안이 마련되지 않아 효과를 거둘지는 미지수이다. 실제 업계 관계자들은 지금까지의 조치로 창호 등급제가 활성화 될 것이란 거에 대해 회의적 반응을 나타내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관련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와 에너지관리공단 관계자에게 기자가 직접 문의한 결과 산업통상자원부에서는 에너지관리공단에 업무를 위임했으니 에너지관리공단으로 문의하라는 답변만 받았으며 에너지관리공단에서는 아직 제도가 시행된지 2년밖에 안된 상황에서 창호 등급제 활성화 방안 등 질의에 대한 내부입장정리가 안돼 구체적인 답변을 하기 곤란하다는 말만 되풀이 했다.
그나마 현재 창호 등급제는 민간 건설시장보다는 공공시장에선 어느 정도 효력을 발휘하고 있다. 실제 창호 등급을 획득한 중소업체 수 중 많은 업체들이 조달시장에 참여하고 있는 업체들이다.
공공기관에서는 공공기관 에너지합리화 추진규정에 따라 1등급 제품 우선 구매제도가 시행중이며 공공조달 최소녹색기준제품도 이번달부터 2등급 수준으로 상향 조정돼 조달시장에 참여하는 업체들의 창호 등급제 대응은 활발해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창호 업계 관계자는 “어느 제도나 제도가 시행된 이후 초기에는 여러 문제점들이 나올 수 있다. 창호 등급제가 안정적인 연착륙을 하기 위해선 시간이 필요하다고 예상했지만 생각보다 창호 등급제가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아 신제품 개발과 투자 등 많은 준비를 해온 업체들 입장에선 난감한 상황이다. 창호 등급제가 활성화 될 수 있는 방안이 다각도로 모색돼야 할 시점이다”고 전했다. 더불어 또 다른 창호 업계 관계자는 "인증을 받으려면 시험기관에서 창세트시험, 결로시험 등을 거쳐야하는데 비용이 만만찮다. 비용 부담을 감수하고서 인증을 받아놨는데 실제 활용은 제대로 안되고 있어 답답하다. 제도 활성화 대책이 시급하다"고 전했다.
이처럼 창호 등급제가 시행이후 지금까지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하면서 시행에 맞춰 제품개발과 설비 등에 투자했던 업체들의 불만이 높게 나타나고 있다. 더불어 관계부처가 아직 제도의 실태점검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앞으로는 구체적인 제도 활성화 방안을 마련해 제도를 보다 안정적으로 운영해야 될 것으로 보인다.
고성능 창호시장은 그림홈, 혁신도시 공공청사, 친환경 건축물 등에 대한 열관류율 기준 강화 및 조달청의 저탄소 녹색성장 기조에 맞춰 앞으로 성장률이 높은 신시장임이 분명하기에 창호 등급제를 활용한 판로 개척이 이뤄지면 국내 고성능 창호 시장의 발전이 더욱 탄력 받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건설사 물리적 시험성적서 선호, 시뮬레이션 평가법 활용도 낮아 
창호 등급제 활성화에 도움을 줄 것으로 예상했던 창세트 시뮬레이션 평가법도 창호 등급제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정부에서는 창호 등급제 활성화 방안으로 중소업체의 시험비용 부담 완화를 위해 창세트 시뮬레이션 평가법을 도입해 운영중이다.
시뮬레이션 평가법은 ISO 15099에 부합하는 소프트웨어(Window, Therm)를 활용해 시뮬레이션에 의한 계산법으로 열관류율을 계산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 평가법의 적용 범위는 물리적 시험과 시뮬레이션에 의한 열관류율 인정범위를 통해 0.14 W/㎡K 이하, 물리적 시험에 의한 열관류율의 ±10%다.
이러한 시뮬레이션 평가법은 중소 창호업체들의 시험비용 부담 경감이라는 긍정적인 도입 취지로 관심을 모았지만 중소업체 관심 부족과 시뮬레이션 가능 모델의 한계로 아직까지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실제 현재 시뮬레이션을 평가 운영하는 운영기관에서는 아직 시뮬레이션 평가 의뢰가 한군데도 없는 기관이 대부분이며 건설기술연구원과 생활환경시험연구원에서 극히 일부의 창세트 시뮬레이션 의뢰가 들어오고 있다.
현재 시뮬레이션 평가법의 비용은 기본 100만원, 추가모델 50만원 선으로 물리적 시험비용 300만원 수준과 비교해 약 1/3수준이다. 가격적인 부담이 적은데 활용도가 높지 않은 것은 중소창호업체의 시뮬레이션 평가법에 대한 인식부족과 건설사에서 물리적 시험 성적서를 더 선호하는 현상 때문이다. 시뮬레이션 운영기관 관계자는 “대기업은 시뮬레이션 대응이 가능한데 중소업체에서는 기본값 등 시뮬레이션의 특성을 잘 파악하지 못하면서 대응이 부족한 편이다. 중소업체에서 시뮬레이션 평가에 대해 보다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며 덧붙여 “건설사에서의 물리적 시험 성적서 요구 관행도 시뮬레이션 평가법이 활성화되는데 애로사항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시뮬레이션으로 등급을 부여받을 수 있는 모델이 중소업체에게 많지 않다는 점도 시뮬레이션 활성화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창세트 시뮬레이션은 KS F 3117에 의한 창세트 시험구분으로 KS F 2278, KS F 2292에 따른 시험을 원칙으로 하나, 프레임 소재, 개폐방식, 단창/이중창 등의 모델(기본모델)과 동일한 경우 시뮬레이션을 활용 할 수 있다.
기본 모델은 프레임의 소재나 금형, 개폐방식 등 시리즈 모델에서 정하는 변경사항 이외의 변경을 포함하는 경우가 해당되며 기본모델의 시뮬레이션 시험 신청 시 시험항목으로는 물리적 시험과 시뮬레이션을 활용 할 수 있다. 시리즈 모델은 프레임 금형의 변경 없이 유리 두께, 유리 종류, 유리 코팅, 충진가스, 충진 단열재, 창호 핸들 변경이 해당되며 시뮬레이션 시험 신청 시 시험항목으로는 기본모델의 물리적 시험과 시뮬레이션 수행 후 시리즈 모델은 시뮬레이션만 수행하면 된다.
문제는 아직까지 중소업체에서 시리즈 모델을 많이 보유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시뮬레이션 평가법을 활용할 의미가 없다는 점이다.
한편 물리적 시험의 경우 제도가 도입되던 초기 업체들의 대기기간이 보통 3~6개월이던것과 비교해 최근에는 평가기관에서 시험장비 등을 지속 확충해 대기기간이 1~2개월 앞당겨진 점은 제도 활성화에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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