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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LH의 이런 대책 발표가 무색한 사건이 지난해 하반기 벌어졌다. 지난해 12월 감사원과 LH담당자를 중심으로 ‘LH현장 방화문 점검’실태조사를 했는데 15곳 현장의 방화문 샘플조사 결과, 90%이상이 기준 이상의 화재성능에 부적합한 것으로 판명됐기 때문이다. 국내 방화문 시장에서 높은 시장 점유율을 보이고 있는 K사 제품만이 유일하게 성능기준에 부합한 제품으로 파악됐다.
이 같은 결과는 점검된 감사현장이 대형건설사 및 LH에서 방화문 성능 강화 대책을 발표한 이후 방화문이 적용된 현장이란 점에서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방화문은 화재 발생시 1시간 동안 화염과 연기를 차단해야 한다. 국내 방화문 업체의 기술력과 부자재 품질의 성능 향상을 감안하면 현재 방화문 업체서 1시간 이상의 화염과 연기를 차단하는 갑종방화문 생산은 어렵지 않다.
문제는 성능기준을 충족하는 시험성적서를 갖고 있는 제품과는 다른 제품이 현장에 적용되는 점이다. 취재결과 이번 감사원의 LH현장 방화문 점검 현장에서도 역시 시험성적과는 다른 제품이 적용 된 것으로 파악됐다.
시험 성적을 받는 방화문은 제대로 만들고 실제 납품하는 방화문은 값싼 자재로 바꿔치기 한 결과다. 보통 불량 방화문을 뜯어보면 철판 두께는 1mm, 내부 충전재는 불에 타지 않는 유리 섬유의 기준을 무시하고 철판 두께 0.7mm, 내부는 종이 재질이나 심지어 스티로폼을 사용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번 LH현장 불량 방화문 제품도 이와 비슷한 제품일 것으로 추정된다.
이 같은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방화문 업계는 물론 건설사에서도 자정 노력을 펼쳐왔다.
현재 대형 건설사의 내화시험 검증 프로세스는 내화시험체 제작 시 건설사, 감리단 관계자 입회, 제작 순서 및 적용 자재 확인, 상세도면 표기 및 공정 사진촬영 및 시료 채취자 사인이 이뤄지고 있으며 세대현관문 내화시험 준비와 관련해서는 현장에 최종 설치될 제품과 마감상태 동일 시험체로 내화 시험 접수를 진행하고 있다.
방화문 내화시험 시 감리 등 관계자 입회 확인과 관련해서는 시험 종료후 시험체를 해체하여 제작 시 확인한 상세도면 및 공정사진을 대조해 동일 제품인지를 확인하고 있다.
현장에서 방화문 입고시에는 현장에 입고된 제품과 시험체 제작 시 입회하며 정리한 상세도면 및 사진촬영 자료와 내화시험 완료 후 해체하여 확인한 시험체 자료와 현장에 입고된 제품과의 일체성을 확인한 후 합격한 제품에 대해서만 현장에 시공하고 있다.
LH 역시 지난해 5월 방화문 구성재료 중 화재에 취약한 가스켓과 채움재 등 내화성능제를 개선하고 방화문 접착제도 폴리우레탄류에서 난연접착제로 변경하고 대형 건설사와 비슷한 방식으로 방화문에 대한 내화시험 검증 프로세스 매뉴얼을 강화했지만 실제로는 LH현장에서 이같이 철저한 검증이 안 이뤄졌다고 볼 수 있다.
전체 아파트 하자 손해배상 청구소송 금액에서 방화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평균 약 35% 정도를 차지할 정도로 방화문 제품에 대한 하자 금액이 높다. 최근 하자보수비용 산정과 관련해서는 건축물의 주요성능 및 위험성과 그 기능에 비추어 교체 또는 보수를 안 하고는 사용하기 어려운 중대한 하자의 경우 재시공 또는 재설치하는 것으로 하자보수비용을 산정하고 있는데 방화문과 관련 최근 판결 사례를 살펴보면 시공비의 차액 배상이나 문짝과 문틀 부분교체보다 거주자의 생명과 신체 안전에 중요한 자재로 판단하고 철거 및 재시공을 기준으로 산정하고 있는 추세이다. 그만큼 방화문은 화재로부터 거주자의 생명을 보호해주는 중요한 자재로 보고 있는 것이다.
일부 업체 때문에 업계의 자정 노력이 폄하돼서는 안 될 것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더 이상 양심을 속이는 업체들이 근절되길 바라면 LH역시 공공주택에 사용되는 자재의 성능 확인 조치를 더욱 강화해 나갈 방침이란 약속을 꼭 지켜주길 바란다.
취재.글_유철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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